우리말인데도 낯설게 여겨지는 말 중의 하나가 ‘그레발’입니다. 그레발은 집 지을 나무를 다듬는 일과
관련 있는 단어입니다. 보와 도리, 서까래 등 집 지을 때 사용할 나무를 다듬기 위해서는 마름질을
해야 합니다. 마름질은 나무를 치수에 맞춰 베거나 자르는 것을 말합니다. 길이에 맞춰 자르기
위해서는 나무에 표시하게 되는데, 그때 사용하는 도구를 ‘그레’라고 합니다. 그레발은 나무를 자를 때
원래 치수보다 조금 더 길게 늘여 자른 부분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레발을 두는 것은 혹시라도 오차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처음부터 길이를 딱 맞춰 잘라 놓았다가 나중에 바로잡아야 할
때가 생기면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나무의 길이가 길면 잘라 쓰면 되지만 행여 짧으면 다른 나무를
붙여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나무 길이를 조금 길게 잡았다가 나중에 필요 없게 돼 그레발을
잘라 없애는 것을 ‘그레발을 접는다’고 했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그레발을 두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치의 여유도 없이 팍팍하게 살아갈 것이 아니라 얼마쯤은 양보해도 좋을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믿음과 사랑의 집은 그렇게 지어질 터이니 말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