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자씨] 아포리아와 기도K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명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10년 전 죽은 내 누님이 앓던 바로 그 병이었다. 사전에 발견하기 어렵고 예후가 매우 나쁜 병이다. K도 검사와 수술 사이 보름 동안 병세가 악화됐을 정도로 진행 속도가 빠르다. 그는 병약한 어머니를 수십 년간 모셨고 평생 한 교회를 섬긴 깨끗한 성도다. 병실에 누워 있는 그의 선한 두 눈에는 슬픈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는 그나 가족들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삶의 아포리아(길이 없는 상황을 뜻하는 그리스어)에 빠진 것이다.나는 의사도 사실상 손 놓은 K의 두 손을 굳게 잡았다. 그리고 “우리 살자”고 말했다. 내가 그를 살릴 방법은 없지만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