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과 ‘귀하게 쓰는 그릇’에 대해 대화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릇에 빗댄다면 여러분은 어떤
그릇인지요.” 교우들의 대답은 제각각이었습니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이라는 이도 있었고,
뚝배기 같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내 생각을 묻는 한 교우의 질문에 크게 망설이지 않았던 것은 말씀을 준비하며 생각한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희망이 담긴 그릇, 바로 겨울 김칫독이었습니다. 김치를 땅에 묻을 때 쓰는 항아리
말입니다. 김치는 끓여먹고 볶아먹고 날이 궂으면 부침개도 해 먹고, 만두를 빚어 이웃과 나누기도 할 때 꼭 필요합니다. 겨울을 지내는 반양식이죠. 땅에 묻은 항아리에 보관하는 김치는 맛과 신선함에 있어
냉장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별했습니다.
겨울 김칫독 같은 사람을 생각해봅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추운 겨울 땅속에서 묵묵히 겨울 양식을
지켜주었던 김칫독, 온 나라가 걱정과 두려움에 빠져 있는 이때 묵묵히 생명을 품고 지켜내는 겨울
김칫독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싶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