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늙지 말고 익어가라
‘어린애는 주먹에 쥔 빵 한 조각을 보고/노인은 제가 온 먼 곳을 본다’ 반칠환 시인의 ‘원시와 근시’라는 제목의 짤막한 시입니다. 시를 읽고는 나는 원시일까 근시일까 돌아봅니다.
논어의 학이 편에 보면 각각의 나이가 갖는 의미를 일러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40세는 사리를 알게 돼 남의 말에 미혹되지 않는다고 ‘불혹(不惑)’, 50세는 하늘이 준 섭리를 알게 된다고 ‘지천명(知天命)’, 60세는 귀가 순해진다 하여 ‘이순(耳順)’, 70세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다며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너는 언제 철이 들 거니”라는 말은 아이들을 야단칠 때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늘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철들자 망령’이라는 속담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습니다. ‘늙지 말고 익어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늙는 것과 익어가는 것은 같은 일일 수 없습니다.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우리 생각과 말, 행동이 어긋남 없는, 멋지고 아름답고 넉넉한 시간이 우리 앞에 활짝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91111&code=23111512&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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