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다’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뜻밖에도 저는 그 말을 성경을 읽다 만났습니다. ‘군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의 옷을 취하여 네 깃에 나눠 각각 한 깃씩 얻고 속옷도 취하니 이 속옷은 호지 아니하고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라’(요 19:23)는 말씀이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호다’는 ‘헝겊을 겹치어 바늘땀을 성기게 꿰매다’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성경을 통해 우리말 하나를 배우는 즐거움이라니요.
44년 전 신학을 공부한 친구들과 함께 DMZ를 따라 걸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해 파주 임진각까지 열 하룻길을 홀로 걸었던 4년 전 시간을 기억하고, 친구들이 함께 걷기를 청했습니다. 함께 신학을 공부하고 함께 믿음의 길을 걸으며 목회하는 친구들과 길을 걷는 일은 고마움과 든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어깨동무하듯 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떠올렸던 말이 ‘호다’였습니다. 그 땅을 함께 걸었다는 것은 갈라진 이 땅을 함께 호는 일, 부디 우리 걸음이 하늘에 닿아 이 땅이 어서 하나 되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겨자씨] 호는 걸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21703&code=23111512&cp=du
'국민일보 겨자씨 > 2021년 겨자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자씨] 흙수저도 금을 뜨면 금수저 (0) | 2021.12.12 |
---|---|
[겨자씨] 칭찬이 참 좋고 격려는 더 좋고 (0) | 2021.12.11 |
[겨자씨] 내게 있는 것 (0) | 2021.12.08 |
[겨자씨] 순종을 기다리는 하나님 (0) | 2021.12.07 |
[겨자씨] 아버지의 기도 (0) | 2021.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