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틴 로젠은 저서 ‘경험의 멸종’에서 고도로 발달한 기술 문명 속에 인간은 육체적·현실적 경험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데이터로 최적화된 유토피아를 향해 달려가는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고통, 실패, 지루함이 사라져 갑니다. 그러나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물리적 시간과 뜻밖의 만남입니다. 같은 공기를 마시고 머뭇거리는 이를 기다려주고 때로는 뼈아픈 실패를 온몸으로 견디는 경험 말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은 실패와 기다림, 치열한 삶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매끄러운 정보나 잘 짜인 알고리즘으로는 신앙의 신비를 담아낼 수 없습니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시 34:8) 다윗의 고백처럼 참된 신앙은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삶의 자리에서 직접 부딪히고 깨어지며 그분의 은혜를 오감으로 체험해 가는 여정입니다. 효율과 편리함이 지배하는 기술 문명 한복판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날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며 참된 기쁨과 은총을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안광복 목사(청주 상당교회)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