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내가 어떻게 감히
아우구스티누스(354~430)는 존경받는 교부였습니다. 신학자였던 그는 수도자로서도 유명했지요. 어느 날 그는 40일 금식에 들어갔다가 39일 만에 나왔습니다. 제자들이 안타까워하며 스승에게 여쭈었지요. 하루만 더 버티지 왜 포기했느냐는 것입니다. 그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주님께서 40일 금식을 하셨는데 내가 어떻게 감히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아우구스티누스에게 금식은 교만한 업적이 아니라 겸손한 기도였습니다.
“너희는 금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낯을 씻어라.”(마 6:17, 새번역) 대문 앞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일까요. 당연히 바리새파 사람들이지요. 저 사람들 왜 저기서 저러는 걸까요. 금식하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그렇게 누구나 알아보도록 금식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낯을 씻으라 하셨지요. 슬픈 기색을 드러내지 말라 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할까요. 금식은 사람에게 보이는 연극이 아니라 다만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참회이기 때문입니다.
서재경 목사(수원 한민교회)
[출처] 국민일보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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