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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겨자씨/2026년 겨자씨

[겨자씨] 어떤 사소한 소비

♥사랑 2026. 9. 2. 00:30

[겨자씨] 어떤 사소한 소비

작은 도시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 하루는 어딜 갈까 궁리하다 한 가족이 3대째 운영하는 서점에 갔다. 동네 서점이 줄줄이 문 닫는 상황에서도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책방이다. 손님이 많을 줄 알았는데 들어가 보니 아내와 나뿐이었다. 썰렁했다. 우리는 딱히 원하는 책이 있어 갔던 게 아니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매대 사이를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서가를 둘러보았다. 각자 관심을 끄는 책을 몇 권 골랐다. 그러고도 꽤 오래 서점 안을 서성거렸다.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의 마음으로.

평소처럼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나오다 다시 계산대로 돌아갔다. 카드결제를 취소하고 대신 현금으로 냈다. 몇 푼 안 되는 카드 수수료라도 아껴주고 싶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책방은 대형 서점처럼 10% 할인해 줄 여력이 없는 사정을 알기에 군말없이 정가를 지불했다. 비합리적 소비였다. 힘겹게 버티는 책방을 응원하는 마음과 가능한 한 싸게 사야 한다는 ‘합리적 상식’에 저항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사랑은 합리적 계산을 넘어서지 않는가. 십자가 예수님처럼. 사소해 보이더라도 모든 소비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9000007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