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4월, 생명, 부활 T S 엘리엇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명명했습니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워왔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절망에 휩싸인 유럽을 바라보는 시인의 슬픈 내면이 읽힙니다. 차라리 겨울이어서 흰 눈이 세상을 덮어버리면 가녀린 생명의 의지는 숨겨져 모른 척 지날 수도 있을 텐데, 봄이 되니 눈도 걷히고 생명이 움트는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노출돼 생명의 길을 가야 하니, 그런 4월은 차라리 잔인하다고 고백한 듯합니다. 가장 강렬한 생명의 시기가 바로 4월이라는 역설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4월도 그런 역설적인 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