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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겨자씨

[겨자씨] 추위를 이기는 마늘처럼

♥사랑 2020. 1. 16. 01:00


[겨자씨] 추위를 이기는 마늘처럼

배추도 뽑고 가을 당근도 뽑고 나면 밭농사가 끝납니다. 그때 마늘을 놓습니다. 이내 서리가 내리고

추위가 오지만 마늘은 한 해 농사를 마치며 놓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골을 만들고 깊지 않게

땅을 파낸 뒤 마늘 한 쪽씩 놓습니다. 싹이 나는 부분을 위로 가도록 놓고는 제 키의 세 배 정도

흙으로 덮습니다. 너무 얕게 덮으면 겨우내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마늘이 위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너무 깊으면 봄에 싹이 더디 나거나 수확할 때 뽑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렇게 심은 마늘은 찬바람 속에서 겨울을 납니다. 땅이 두껍게 얼어붙고 에일 듯 칼날 바람이 불고

수북하게 눈이 쌓여도 마늘은 언 땅에서 겨울을 납니다. 한 켜 겨를 덮거나 맨살 가리듯 겨우

한 겹 짚을 두른 채 긴긴 겨울을 납니다. 들깨를 털고 난 뒤 생기는 들깻잎 부스러기를 덮으면 호강이고요.

마늘이 매운맛을 내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언 땅에 묻혀 맨몸으로 견디며,

그렇게 견딘 추위를 매운맛으로 익혀내는 것입니다. 작은 한 쪽 마늘이 온통 추위 속에서도 제 몸에

주어진 생명을 잃지 않고 키워온 것, 그것이 매운맛으로 전해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단단해지는 것도 묵묵히 고난을 이겨내는 데 있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8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