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교회에서 목회하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집사 임명을 받은 한 교우가 수요 저녁예배 때
대표기도를 맡게 됐습니다. 교우 앞에서 처음 대표기도를 하는 것이니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집사님은 정성껏 준비한 기도문을 들고 일찌감치 교회로 향했습니다. 기도시간이 돼 강단에 선
집사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갑자기 정전되더니 조명이 꺼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깜깜해진 것은 예배당만이 아니었습니다.
기도를 어디까지 했는지,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집사님이 진땀을
흘리고 있을 때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노 권사님이 귀띔했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고 마쳐.” 그 말을 듣고는 기도를 마치는데, 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집사님은 이렇게
기도를 했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간신히 기도했습니다.”
한 달쯤 지나 다시 집사님께 기도를 맡겼고, 이번에는 정전이 없었답니다. 덕분에 기도도 잘 마쳤고요.
예배 후 집사님이 고백하더랍니다. “목사님, 지난번 기도할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이번에는 호주머니에 몰래 랜턴을 넣어왔어요.” 하나님은 간절히 드리는 기도만 들으시는 것이
아니라 간신히 드리는 기도도 들으신다 싶어서, 그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큰 위로를 받곤 합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