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일 우리 교회 식구들에게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96세 되신 권사님이 계시는데 그동안 편찮으셔서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셨습니다. 모두 걱정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일 교회에 오신 겁니다. 그동안 교인들은 매주 근황을 물으며 함께 걱정했습니다. 이 권사님은 예배나 각종 행사에 빠지신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권사님은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맡겨진 일을 소리 없이 하셨던 분입니다. 그러니 그분이 계시지 않던 기간이 교우들에게는 낯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교회엔 많은 분이 모이기 때문에 교인 한 명의 비중이 크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권사님의 존재감은 이런 상식을 넘어선 셈입니다. 저는 그 권사님과 인사를 나누며 우리 존재가 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빠지면 두고두고 생각나고 그리워할 만한 사람이면 그 사람은 분명 행복한 존재입니다. 그분의 존재감은 자리를 지켜주는 데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런 사람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영웅에 대한 환호는 대단하지만, 소리 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시대는 아닌 듯합니다. 자리를 지키며 그 자리에서 자기 몫을 성실히 감당하는 사람으로 살아갑시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24706&code=23111512&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