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하나님께 영광을 !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안에서 이루러진것을 감사합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24

[겨자씨] 메달보다 중요한 것

[겨자씨] 메달보다 중요한 것 어수선한 시절 때문일까요. 예전과는 달리 올림픽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 중에도 관심이 가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태권도가 금메달 하나 없이 끝나게 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올림픽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도쿄올림픽 태권도에 걸린 32개의 메달은 코트디부아르 북마케도니아 요르단 태국 대만 이집트 터키 튀니지 등 21개국에 돌아갔습니다. 종주국의 체면을 구긴 것보다 태권도가 세계화를 이뤘다는 생각이 듭니다. 메달보다 관심이 갔던 것은 한국 선수들의 태도였습니다. 압도적 차이로 이길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접전을 벌이고, 그러다 결국은 지고, 그런데도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자신..

[겨자씨] 잃어버린 신발

[겨자씨] 잃어버린 신발 정릉감리교회 앞에는 공터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쓰레기와 잡초를 치워내고 꽃을 심었습니다. 오가는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꽃을 바라봅니다. 꽃에 물드는 시간이겠지요. 꽃의 빛깔과 향기가 마음으로 스민다 싶습니다. 희망과 어울림을 담아 ‘무지개 마당’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침 그날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오후였습니다. 두 사람이 무지개 마당을 찾아왔습니다. 뜻밖에도 마을 곳곳의 공터에 꽃을 심는 모임에 속한 이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저녁 무렵까지 잡초를 뽑고 꽃을 심었습니다. 일을 모두 마치고 신발을 갈아 신으려 할 때였습니다. 무슨 일인지 벗어둔 운동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사이 감쪽같이 운동화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일할 때 신었던..

[겨자씨] 민감한 혀

[겨자씨] 민감한 혀 우리 몸에는 놀랄 만큼 민감한 부분도 있고, 이상할 만큼 둔감한 부분도 있습니다. 잠자는 동안 쥐가 발뒤꿈치의 군살을 파먹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둔감함이 있는가 하면 감히 기계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의 민감함이 있습니다. 민감한 부분 중 빠뜨릴 수 없는 곳이 혀입니다. 혀는 여러 가지 미묘한 맛을 구별할 뿐 아니라 입안에 들어온 아주 작은 이물질까지도 감지해 냅니다. 혀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짧은 머리카락조차 촉감으로 찾아내니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토록 민감한 혀를 가지고 더없이 둔감한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함부로 말을 하는 경우입니다. 미세한 이물질까지도 감지해 내는 혀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말을 쏟아 놓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고는 그 혀로 기도하..

[겨자씨] 비설거지

[겨자씨] 비설거지 후텁지근한 날씨에 설교 준비하느라 책상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창밖이 요란해졌습니다. 무슨 일일까 싶어 밖을 내다보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잠깐 사이에 빗줄기가 시야를 다 가렸고, 천둥과 번개가 하늘에서 야단입니다. 우산을 챙기지 않은 채 길을 나섰던 이들이 서둘러 뛰기 시작하고 옆 공사장에서는 공사 현장을 덮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열어뒀던 창문으로도 비가 들이쳐 서둘러 닫습니다. 비가 오거나 혹은 오려 할 때 비를 맞혀서는 안 될 물건을 거두어들이거나 덮는 일을 ‘비설거지’라 합니다. 부엌에서의 설거지는 식사 후 이뤄지지만, 비설거지는 비를 예감한 후 이뤄집니다. 비가 오기 전 먼저 채비하는 것이지요. 가릴 것 없어 사나운 비를 그냥 맞는 이들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고단한 삶..

[겨자씨] 명함 한 장과 하나님

[겨자씨] 명함 한 장과 하나님 두어 평 되는 흙벽돌 방에서 첫 목회를 시작하고 1년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서울 용두동교회가 설립 80주년을 맞아 단강마을에 예배당을 짓기로 했으니 참으로 고맙고 귀한 일이었습니다. 기공예배를 드리던 날, 단강을 찾은 손님 중에는 고위 공직자였던 장로님도 있었습니다. 예배 후 식사 시간, 장로님은 지역 기관장들이 식사하는 곳을 찾아가 공손하게 인사했습니다. 그러면서 명함을 전했는데 그분의 직함을 확인하고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봤습니다. 풋내기 전도사였던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며 괜히 으쓱해졌습니다. 그날 밤 일기를 쓰며 낮에 있었던 일을 돌아봤습니다. 명함 한 장으로 나도 모르게 들었던 든든한 마음, 그런 나를 두고 돌아봐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얼마나 신뢰하..

[겨자씨] 고속도로 위의 오리

[겨자씨] 고속도로 위의 오리 지난주에 있었던 일입니다. 강원도에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기 위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여주에서 양평으로 향하는 도로는 이런 게 고속도로지 싶을 만큼 한산했습니다. 제한 속도도 110㎞여서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도로 위에 뭔가 눈에 띄었습니다. 종이상자의 일부 같기도 했고 타이어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순식간에 곁을 지나치다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작은 물체가 아니라 오리였습니다. 어미 오리가 새끼 여럿을 데리고 도로 위에 올라온 것이었습니다. 도로를 건너려다 중앙분리대에 막혀 멈춘 것이지 싶었습니다. 나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지만 달리는 차들이 다 피할 수 있을까. 오리 가족은 무사히 도로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

[겨자씨] 맛을 잃은 소금

[겨자씨] 맛을 잃은 소금 한 여론조사 기관이 최근 발표한 내용을 봤습니다. 한국인의 종교에 관한 조사였는데, 마음을 무겁게 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크게 와닿았던 건 비종교인의 종교 호감도였습니다. 비종교인 중 개신교에 호감을 느끼고 있는 이들은 6%에 불과했습니다. 호감이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은 61%였고, 종교가 사회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82%였습니다. 마음으로만 느끼고 있던 것을 수치로 확인하는 것 같아 묵중한 통증으로 다가왔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두고 ‘너희는 세상의 소금’(마 5:13)이라 했습니다. 소금이 ‘되라’고 하신 게 아니라 소금‘이다’라 하셨습니다. 목표에만 머물러 있는 건 일종의 핑계입니다. 소금은 썩는 걸 막기도 하고 맛을 내기도 합니다. 소금..

[겨자씨] 콩 심은데 콩 난다

[겨자씨] 콩 심은데 콩 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속담 중에는 신앙과 관련된 것이 적지 않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대하면 겸손의 의미를 돌아보게 됩니다. ‘개 한 마리가 헛짖으면 동네 개가 다 따라 짖는다’는 속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악덕 목록 중 하나인 부끄러운 말을 버리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친정 길은 참대 갈대 엇벤 길도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간다’는 속담은 예배의 자리로 나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신앙을 담고 있는 속담 중의 하나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입니다. 당연한 이치지만 그 안에도 신앙의 의미가 충분히 담겨 있습니다. 콩 심어 놓고 콩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신앙이 아니고, 팥값이 비싸다고 콩 심어 놓고 팥 나..

[겨자씨] 늙지 말고 익어가라

[겨자씨] 늙지 말고 익어가라 ‘어린애는 주먹에 쥔 빵 한 조각을 보고/노인은 제가 온 먼 곳을 본다’ 반칠환 시인의 ‘원시와 근시’라는 제목의 짤막한 시입니다. 시를 읽고는 나는 원시일까 근시일까 돌아봅니다. 논어의 학이 편에 보면 각각의 나이가 갖는 의미를 일러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40세는 사리를 알게 돼 남의 말에 미혹되지 않는다고 ‘불혹(不惑)’, 50세는 하늘이 준 섭리를 알게 된다고 ‘지천명(知天命)’, 60세는 귀가 순해진다 하여 ‘이순(耳順)’, 70세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다며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너는 언제 철이 들 거니”라는 말은 아이들을 야단칠 때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늘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철들자 망령’이라는 속담을 떠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