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침묵의 영성

한동안 무리한 탓에 온몸이 아프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대화가 어려웠습니다. 의사는 “잘 쉬고 말을 하지 않아야 낫는다”고 말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말문을 닫고 지내다 보니 말 많이 하고 사는 목사에 대한 하나님의 처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신학자 리처드 포스터는 현대사회에서 신앙을 방해하는 요소로 시끄러움과 조급함, 혼잡스러움을 꼽았습니다. 세상에는 꼭 들어야 할 소리보다 온통 시끄러운 잡소리, 헛소리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나 자신이 너무 많은 불필요한 말을 하면서 시끄러운 존재가 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침묵은 고대에서부터 기독교 영성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침묵은 단지 말 없음의 차원이 아닙니다. ‘하나님에 의해 압도된 상태’ ‘하나님에 의해 사로잡힌 상태’를 의미합니다. 엘리야는 고요한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의 임재를 경험했습니다. 이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의연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침묵은 하나님의 뜻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사역을 더욱 주목할 수 있습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시 46:10)
서호석 목사(광현교회)
[출처]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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