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빈 무덤

막내와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예수의 무덤에서 드러낸 새로운 비밀’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막내가 물었다. “예수님의 무덤이 있어?” “예수님이 묻힌 무덤이라고 추측하는 자리에 교회를 세운 거야. 성묘 교회라고 예루살렘에 있어.” 영상은 2017년 성묘 교회를 보수했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우리는 예수님의 시신을 놓았던 자리 위에 놓인 대리석을 치우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대리석을 열자 먼지와 돌가루 잔해가 가득했다. 그뿐이었다. 그 자리가 정말 예수님의 시신을 놓은 곳이 맞다고 해도 별다른 것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예수님은 부활했으니까. 막내에게 물었다. “너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어?” “아니.” 믿는다고 대답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듣고 보니 입이 썼다. “그래, 지금은 안 믿어질 수도 있어.” 다른 말을 더 보탤 수는 없었다. 신앙을 강요하면 요즘 말로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막내가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해줘서 고마웠다. 막내에게 믿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믿음이 필요하다. 그가 언젠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날이 올 거라는 믿음 말이다.
정혜덕 작가
[출처]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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