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저명한 출판기획자 존 브록맨은 세계 석학들에게 지난 2000년간 발명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습니다. 이때 미디어 학자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지우개를 꼽았습니다. “뒤로 돌아가 지우고 다시 쓸 수 없다면 과학도 문화도 도덕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은 깊은 통찰을 줍니다.
우리 삶에도 지우고 싶은 장면들이 있습니다. 후회되는 말, 상처 준 선택, 부끄러운 실패와 넘어짐…. 그러나 과거는 단순히 지워버릴 시간이 아니라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비추는 토대가 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우리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은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우리의 죄과를 우리에게서 멀리 옮기셨다”(시 103:12)고 선언합니다.
주님은 실패한 제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셨고 배신한 베드로를 반석으로 회복시키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과거를 지우고 새 삶을 다시 쓰게 하시는 ‘지우개 하나님’이십니다. 지워 주시는 은혜를 붙들고 오늘을 새로 시작하는 용기, 그것이 신앙인의 진정한 회복의 길입니다.
서호석 목사(광현교회)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