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앞에 가는 여성이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비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내가 다가가자 긴급한 목소리로 옷에 벌레가 있다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살펴보니 어깨에 풍뎅이 한 마리가 옷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한 마리 곤충에 크게 놀란 여성에게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진정시켰다. 그리고 살포시 풍뎅이를 집어 무심코 길에 던졌다. 상황이 끝났다. 다시 산책을 이어가는데 갑자기 풍뎅이가 떠올랐다. 아차차. 풍뎅이가 길바닥에 뒤집혀 있었는데. 큰일 났다. 풍뎅이는 뒤집히면 죽을 수도 있다. 급한 마음에 풍뎅이에게 달려갔다. 허공을 향해 절망스럽게 발을 허둥대고 있는 풍뎅이를 집어 나무 기둥에 붙여주었다. 살았다.
하마터면 사람을 돕다 죄 없는 작은 생명을 죽일 뻔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했다. 풍뎅이를 생각나게 하신 성령님께 깊이 감사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보다 작은 생명에 예민하고 조심스럽다. 집 안에 들어온 파리도 창밖으로 내보내려고 한다. 휘두르는 파리채에 죽을 때 나는 딱딱 소리는 잔인하다. 내가 신경과민일까. 아니,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에 대한 사랑이겠지.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