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는 끝났지만 세상은 여전히 반목과 혐오로 날이 서 있다. 방송을 보다가 한 정치철학자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혐오를 이기는 것은 향기, 곧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오래전 일이 생각났다. 당시 기자였던 나는 취재차 한 수녀님을 만났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을 모셔와 임종 때까지 사랑으로 섬기던 그분에게서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겼다. 매일 특종 경쟁에 시달리며 메마르고 찌들어 있던 나에게 그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고 싶어 기를 쓰며 살던 나는 항상 화난 얼굴이었다. 나에게서 악취가 나는 것 같았다. 향기로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려면 먼저 향기 나는 사람이 돼야 했다. 그 향기를 배우기 위해 신학교에 갔다. 신학생 시절 만난 친구의 기도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는 내 입술을 정결케 해달라고 했다. 부끄러웠다.
25년이 흘렀다. 가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목사님 같다는 말을 들으면 참 감사하다. 내가 향기로운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를 덮어주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기도한다.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그 향기가 전해지기를.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