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모닝커피를 들다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왜 이렇게 나를 몰아붙일까.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올 상반기 나는 박사 논문을 쓸 때처럼 많은 책과 논문에 파묻혀 연구에 몰두했다. 좋은 책을 쓰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노력은 좋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됐다. 결국 오랜 고질병이 재발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파르르 떠는 나 자신이 참 불쌍하게 느껴졌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오늘은 쉬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날 이후 공부하는 양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극심했던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나는 이번에 알았다. 노동과 안식의 전문가인 내가 정작 나 자신에게는 인색하다는 사실을.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의심이 들었다. 하나님은 죄 많은 나를 이미 받아주셨는데 나는 왜 아직 부족하다고 나를 다그칠까. 하나님은 아프도록 일하는 나를 정말 좋아하실까. 오히려 하나님과 하나님이 지으신 것들을 향유하는 나를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님이 받아주신 나를 나도 받아들이자. 그 뒤로 연구 속도는 느려졌지만 몸과 마음은 편해졌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