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신화에서 왕, 특히 첫 왕은 신적인 인물로 묘사됐습니다. 고대 그리스 아티카의 첫 왕의 모습을 보면,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용입니다. 그가 인간이 아니라 용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신화에서도 왕은 알을 깨고 태어나거나 박을 터뜨리며 나오지요. 이러한 신화는 왕의 절대 권위와 권력을 뒷받침합니다.
반면 이스라엘의 첫 왕 이야기는 독특합니다. 놀랍게도 신화적인 요소가 전혀 없지요. 이스라엘 백성이 왕을 택하려고 모여서 제비를 뽑았을 때 먼저 베냐민 지파가 뽑혔습니다. 베냐민은 장자가 아니라 막내, 꼴찌입니다. 베냐민 지파에서 마드리 집안이 뽑히고, 거기서 기스의 아들 사울이 뽑혔지요. 그런데 이스라엘의 첫 왕이 등장하는 이 역사적인 순간에 사울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는 짐짝 사이에 숨어 있었습니다.(삼상 10:22, 새번역)
짐짝 사이에 숨은 왕, 이게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교만하게 나대는 인간이 아니라 겸손하게 낮추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스스로 하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삼상 15:17, 새번역) 그를 택하셔서 이스라엘의 첫 왕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리고 그가 교만해졌을 때 그를 버리셨습니다.
서재경 목사(수원 한민교회)
[겨자씨] 짐짝 사이에 숨은 왕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6866&code=23111512&cp=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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