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때 친구들과 산에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부슬비가 내렸습니다. 젊었던 우리는 비가 내려도 산에 가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결국 정상에 올랐고 비 내리는 산의 풍광이 신비롭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산길은 다른 방향을 택했습니다. 산에서 거의 다 내려오니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안심하던 차에 일행이 군사작전 지역으로 잘못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곳을 지나서 산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방법은 단 하나였습니다. 다시 정상으로 가 처음에 올랐던 길로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체력이 문제였지만 우리 일행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사히 하산했습니다. 비결은 하나였습니다. 모두가 힘이 빠져 자기 몸 가누기도 쉽지 않았을 때 서로 도왔던 겁니다. 가장 힘이 많이 남아 있던 친구가 가장 지친 친구를 돕는 방식으로 서로 짝을 지었고 중간에 교대했습니다.
그때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힘을 잃었을 때 다시 힘을 얻는 방법은 오히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라는 사실이었죠. 우리가 힘을 잃고 다시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기 때문 아닐까요.
조주희 목사(성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