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케렌시아
투우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소는 스스로 투우장의 어떤 한 공간을 지정하는데 그곳을 케렌시아(Querencia)라고 합니다. 소는 그곳에서 숨을 고르며 다시 싸울 힘을 얻습니다. 대문호 헤밍웨이(1899~1961)는 투우 경기를 이해하기 위해 수백 번이 넘도록 투우장을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케렌시아가 있으면 소는 말할 수 없이 강해진다. 케렌시아가 있는 이상 투우사는 소를 넘어뜨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투우 경기를 하던 소는 케렌시아에 가기만 하면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곳은 소만 아는 자리요, 지친 소의 안식처요 피난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투우사가 소를 이기려고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첫째, 케렌시아를 찾는 일이고 둘째, 소가 그곳에 가지 못하도록 막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도 케렌시아가 있습니다. 주일예배의 자리요 매일 엎드리는 기도의 자리입니다. 우리를 넘어뜨리기 위해 마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의 케렌시아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오늘도 우릴 케렌시아로 부르십니다.
박지웅 목사(내수동교회)
[출처] 국민일보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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