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내 귀를 열어주시사
말 잘하는 친구와 잘 들어주는 친구가 함께 수련해서 사제가 됐습니다. 말 잘하는 친구는 역시나 유명한 설교자가 됐지요. 사람들은 그의 설교에 열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설교하는데 이상하게 맥이 빠지고 말도 엉켜버렸습니다. 왜 그랬던 것일까요. 곰곰 되짚어 보니 언제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그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가 전하는 설교의 힘은 그의 잘난 입이 아니라 친구의 귀에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쳐 주신다. 내 귀를 깨우치시어 학자처럼 알아듣게 하신다.”(사 50:4, 새번역) 이사야는 역사에 희망을 주는 ‘주의 종’은 학자와 같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학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학자는 가르쳐야 하니까 말을 잘하는 사람이겠지요. 그러니 입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사야는 그게 아니랍니다. 학자는 가르치기 전에 먼저 배우는 사람입니다.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듣는 사람이지요. 하나님께서 아침마다 내 귀를 열어주시지 않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날마다 나를 깨우쳐 주지 않으시면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귀가 막히면 말은 답답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재경 목사(수원 한민교회)
[출처] 국민일보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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