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슬픔과 고통
슬픔이 너무 크면 위로할 말을 잃습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그렇습니다. 세상을 떠난 분들의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고통스럽습니다.
제 주변에 20대 아들을 잃은 분이 계십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터라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이 가정의 고통이 점점 옅어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아들이 떠난 달이 다가오면 매년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한 달 내내 기운을 차리지 못하곤 하셨습니다. 분명히 마음으로는 극복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고통이 여전히 몸에 배어 있었나 봅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슬픔을 위로하기보다 받아주고 함께 있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형식적이거나 섣부른 위로는 되레 고통을 가중할 뿐입니다. 오히려 슬픔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받아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감이 필요한 겁니다. 나아가 슬픔당한 분들이 혼자 계시지 않도록 돕는 것입니다. 슬픔에는 해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마음 나눔이 필요합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출처]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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