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입과 귀의 비용

한 분이 저를 찾아와 한참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이야기를 열심히 들은 것뿐이어서 인사를 받아도 되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도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한편으론 인사를 받아도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내 이야기를 들어줄 대상을 찾으려 합니다. 이야기를 꺼낼 때 상대의 반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내 얘기를 잘 들어줄 대상을 만나는 건 행운입니다. 물론 남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건 쉽지 않습니다. 참견과 평가, 주장 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게 어렵기 때문이죠. 그러니 대부분은 꺼내놓아야 할 이야기를 가슴에 담은 채 살고 있습니다. 마음에 병이 드는 이유입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우선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 먼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결단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입 비용’과 ‘귀 비용’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입니다. 마음 열고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 먼저 들어준다면 갈등이 큰 우리 사회의 긴장감도 꽤 낮아질 것입니다. 시편 66편 19절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실로 들으셨음이여 내 기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셨도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출처]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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