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하나님께 시간을

나는 매년 사순절에 십자가의 경이롭고 은혜로운 메시지를 음미하는 묵상글을 써서 매일 아침 성도들과 나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글은 2~3일 전에 초고를 써놓고 전날 밤에 내가 먼저 묵상하면서 충분한 수정 작업을 거쳐 새벽에 SNS로 보낸다. 순탄하던 글쓰기가 마지막 날 원고에서 막혔다. 아무리 기도하고 생각하고 자료를 뒤적거려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으로 2~3시간을 보냈다. 밤이 지나고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각에 지쳐버린 나는 노트북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SNS에 파일이 하나 와 있었다. 예수님의 고난주간 행적을 추적한 글이었다. 미국의 내 묵상글 독자가 보낸 것이었다. 요청한 적 없는데 뜬금없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상당한 시간을 들여 다 읽고 난 뒤 전날 포기했던 마지막 묵상글을 순식간에 썼다. 40일 동안 썼던 글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감탄하며 깨닫는다. 내가 막히면 하나님께 시간을 내드리면 된다는 것을. 내가 안 되면 하나님께 비켜드릴 시간이라는 것을. 하나님의 지혜는 내 능력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출처]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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