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구영신예배로 시작된 새해의 며칠이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분주함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문득 친구들과 놀던 유년기의 기억이 포근히 감싸줍니다.
다방구 자치기 제기차기 술래잡기 그리고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로 책상 서랍을 가득 채웠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 든든했던 마음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자라면서 그렇게 소중하던 것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돈과 성취, 소유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놀이의 모습만 달라졌을 뿐 우리는 여전히 인생이라는 판 위에서 이기고 모으는 데 몰두하며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꽃도 잎도 모두 떨군 채 서 있는 겨울나무는 얼핏 패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겨울나무는 죽은 게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물을 길어 올리며 다가올 봄을 묵묵히 준비합니다. 침묵 속에 생명을 품은 채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는 흔들리는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이정표처럼 다가옵니다. 맡겨진 자리를 소명으로 여기며 묵묵히 서 있으라는 초대입니다. 새해에는 겨울나무처럼 오늘을 성실히 견디는 삶 위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새로운 봄을 믿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서호석 목사(광현교회)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