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특정인 한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인류 전체에도 해당한다. 지구상에 왔다 간 셀 수 없는 사람 중에 오직 나만 바꿀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 말도 거의 진리에 가깝다. 그러나 남편이 변하면 죽을 때가 됐다는 말은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유부남의 변화 가능성을 무시하는 느낌이 담뿍 묻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일은 어렵고 고되다. 오죽하면 예수께서도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하셨을까. 하지만 어렵기에 더욱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사건, 사고로 인해 우리 삶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바뀌기도 한다. 특히 건강 이슈가 그러하다. 나는 3년 전 암 진단을 받았다. 암을 경험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삶을 바꿀 수밖에 없다. 해가 바뀌니 정기검진이 코앞이다. 1년 동안 몸과 정신을 잘 관리했는지 돌아볼 수밖에 없다. 진료실에서는 의사에게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 든다. 암 때문에 불안감과 맹렬하게 싸워야 하지만 암 때문에 의미 없는 일들을 훌훌 털게 됐다. 이번 검진을 무사통과하여 새해를 제대로 맞이하고 싶지만, 설혹 그렇지 못하다 해도 겸손히 받아들이고 싶다. 삶은 신의 선물이니까.
정혜덕 작가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