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습니다. 누대에 걸친 경험들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속담에는 공통의 경험과 깨달음이 담겨 있지요. 가을에 대한 속담 중 신앙과 관련된 것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가을 들판에 나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와 삐쭉 고개를 들고 있는 피와 쭉정이의 모습을 말이죠. 믿음 또한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입니다. 겸손함의 무게가 믿음의 무게입니다. 빠뜨리고 싶지 않은 속담이 또 있습니다.
‘입추 때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속담입니다. 입추가 되면 벼가 패기 시작합니다. ‘선들바람이
불면 곡식은 혀를 빼 물고 자란다’는 속담도 있는데, 선들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입추쯤입니다.
벼가 얼마나 왕성하게 자라는지 그 소리를 듣고 개가 놀라서 짖는다는 의미겠죠. 이토록 멋진 과장이 어디흔할까요. 익어가는 벼에 대한 고마움도 가득 배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을을 맞으며 믿음을
돌아봅니다. 나는 얼마나 고개를 숙이고 있을까요. 나에겐 개가 짖을 만큼 믿음이 자라던 때가 있었을까요.
나를 바라보는 이들이 깜짝 놀랄 만큼 믿음이 여물어가는, 그런 가을을 맞고 싶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