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자씨] 정전며칠 전부터 거실 벽에 붙은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전기안전관리 정기검사를 위해 두 시간가량 정전이 될 예정이라고 했다. 고작 두 시간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뿐인데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아침저녁으로 방송을 하는지 원. 한여름이 아니니 냉장실에 넣은 음식이 상할 것도 아니고 노트북만 빵빵하게 충전하면 되겠다 싶었다. 무심결에 또 되풀이되는 방송을 흘려듣다가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해졌다. “생명 유지 장치 사용 세대는 반드시 정전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소발생기나 인공호흡기가 있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방송을 들은 뒤로 나는 기도 수첩에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