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이사

10년 동안 살던 아파트 단지를 떠나 옆 동네로 이사했다. 더 작은 집으로 옮기게 되었으므로 꼭 필요한 물건만 챙기기로 했다. 언젠가는 입겠거니 하고 옷장에 걸어두었던 옷들을 치웠다. 신발도 줄였다. 잘 쓰지 않는 그릇과 조리 도구도 과감하게 버렸다. 사 놓고 쓰지 않은 물건은 기부했다. 제일 고민이 된 것은 책이었다. 이사 전날까지 책꽂이 두 개에 꽂을 수 있는 분량의 책만 남기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드디어 이사 당일이 되었다. 옮겨 간 집은 수납공간이 거의 없어서 짐이 다 들어가지 않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다행스럽게도 두 달 동안 미리 짐을 정리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예수님은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눅 12:15)고 말씀하셨다. 모든 탐심을 물리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집에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는 한 번 더 고민할 것 같다. 놓을 곳이 없으니까. 이번 이사를 계기로 전보다 가볍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인생 순례가 끝나는 날에는 최소한의 물건만 남기를 바란다. 이 세계를 떠나는 최후의 이사이니까.
정혜덕 작가
[출처]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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