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고찌 글라, 고찌 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았는데, 어려운 형편의 새댁을 챙기는 노부부가 인상적이었다. 새댁은 저녁에 쌀독이 빈 것을 보고 잠든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면 꼭 먹을 만큼 차 있었다. 너무 아는 척하는 것도 부담스러울까 주인 할머니가 조심스레 밤마다 쌀독에 조금씩 가져다 놓은 것이다. 고마워하는 새댁에게 할머니는 말한다. “사름 혼자 못 산다이. 고찌 글라, 고찌 가. 고찌 글민 백 리 길도 십 리 된다.” ‘같이 가라, 같이 가. 같이 가면 백 리 길도 십 리 된다.’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나오미와 룻이 그렇게 기근을 이겨냈다. 시어머니 나오미와 며느리 룻, 둘 다 기근 가운데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었다. 나오미는 며느리 룻의 앞날을 걱정해 친정으로 돌려보내려 했고,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를 걱정해 베들레헴까지 따라간다. 서로를 향한 헤세드로 기근을 견딘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풍년을 맞이한다.
여러 이유로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같이 가야 하는 시대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다시금 ‘고찌 글민 백 리 길도 십 리 된다’는 말을 마음에 새겨 본다.
조준철 목사(만리현교회)
[출처]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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