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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겨자씨/2025년 겨자씨

[겨자씨] 미세먼지

♥사랑 2025. 4. 14. 00:10

[겨자씨] 미세먼지


잠에서 깨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기도였으면 좋겠지만 팔을 뻗어 베개 옆에 놓인 스마트폰부터 집어 든다. 오늘은 날이 맑은지 흐린지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지도 볼 테지만 그보다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나타내는 글씨의 색깔에 시선이 먼저 간다. 열에 아홉은 실망이다. 주황색 ‘나쁨’이 일상다반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초록색 ‘보통’이면 다행이라 여기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 파란색 ‘좋음’은 정말 드물다. 전날 비가 오고 바람이 세게 불었을 경우에나 당첨되는 행운이다. 작년 기상 통계를 보면 서울의 경우 4월 중에 미세먼지가 ‘좋음’이었던 날은 단 나흘뿐이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엘리엇의 시구에 새로운 의미가 보태지는 것일까. 매서웠던 겨울과 어렵게 헤어지고 꽃이 만발한 거리를 걸으며 작은 희망이라도 찾으러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데 미세먼지가 발목을 잡는다. 미세먼지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고 땅을 다스리고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창 1:28)하시는 말씀을 잘못 해석하고 실천한 결과로 보인다.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화석 연료를 활활 태우는 ‘다스림’은 이제 그만. 돌아오는 주일은 ‘좋음’이 예보되었으니 꽃비를 맞으며 걸어야겠다.

 

정혜덕 작가

 

[출처]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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