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투병 생활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이제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삶의 끈을 놓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집안에 찾아온 또 다른 우환 앞에서 깊이 좌절했다. 가족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가장으로서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현실에 무너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쓸모없어진 삶을 거두어 가시도록 하나님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무덤덤하게 이어지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 말이 내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대화 중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친구에게 해줄 한 말씀을 달라고 기도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그래, 지금까지 정말 애썼어. 더 견디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이제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맡기자. 다만 가족과 나를 위해 하루만 더 살아줘. 비록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나는 하루라도 더 너를 위해 기도하고 싶다. 나의 마지막 문장으로 대화가 끝났다. 네가 살아서 숨 쉬는 것이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야. 몇 달이 흘러, 어제 친구와 통화했다. 그는 사랑 때문에 오늘도 고통의 산을 넘고 있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