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도 원고를 쓰느라 바쁜 날이었다. 친구를 만나러 시내에 가는 길에 대형 서점을 들렀다. 수천 권도 넘는 책이 눈앞에 가득 펼쳐져 있었다. 맥이 탁 풀렸다. 번개처럼 떠오른 생각 때문이었다. 이렇게 많은 책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데 내가 여기에 한 권 더 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마치 태평양에 물방울 하나 보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썼지만 나는 여전히 무명이다. 내 글쓰기 작업은 결국 헛수고일까. 마음이 참으로 헛헛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한 후배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는 헤어지기 전에 내 글이 참 좋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칭찬을 들으니 부끄러웠지만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서점에서 무의미에 시달리던 나를 위로해준 그 말이 고마웠다.
문득 삶의 의미는 뒤돌아볼 때 비로소 발견된다는 한 철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 삶의 의미는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과 일을 통해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부여되는 것이다. 그러니 의미 있는 일을 이루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삶을 신실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