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원 후배였던 H목사를 9년 만에 만났다. 그는 며칠 전 학교에 제출한 박사 논문을 들고 왔다. 축하할 일이지만 갑자기 연락을 받아 약간 의아했다. 나는 그와 특별히 가깝게 지내지 않았는데 이 더운 날에 왜 구태여 우리 집까지. 그는 내 손을 덥석 잡더니 고맙다고 말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나에게 그는 나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해 주었다. 내가 졸업하고 학교를 떠날 때 그에게 고기를 사주었다고 한다. 밥을 먹으면서 내가 해준 한마디 말을 그는 도로 들려주었다. 목회와 병행하느라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과정을 마칠 수 있다고. 그때가 그에게는 박사 과정 첫 학기였다. 그는 공부 내내 그 말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때 일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고맙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특별하지 않은 내 한마디 말이 한 사람에게 힘든 시간을 버티게 했다니 참 감사한 일이다. 반대로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오래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없을 리가 만무하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주님, 항상 소금으로 맛을 내듯 은혜로운 말로 사람을 살리게 하소서.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