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하나님께 영광을 !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안에서 이루러진것을 감사합니다

국민일보 겨자씨/2021년 겨자씨 184

[겨자씨] 예배의 역설

[겨자씨] 예배의 역설 예배는 힘을 빼야 힘을 얻는다는 역설이 있습니다. 내 힘을 빼야 하나님의 힘을 얻습니다. 예배는 내 생각과 욕망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부인하며 내가 가진 힘을 빼는 행위입니다. 그 힘이 빠진 하얀 영혼의 공간에 하나님의 말씀과 능력이 임합니다. 힘을 안 빼면 내 수준으로 살고 힘을 빼고 하나님의 힘을 얻으면 하나님의 수준으로 삽니다. 운동의 고수들을 보면 몸에 힘을 빼고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는 게 그리도 유연할 수가 없습니다. 사막의 웅덩이에 차가 빠졌을 때도 타이어에 바람을 조금 빼야 웅덩이를 벗어납니다. 힘을 안 뺀 사람은 자아가 강하고 순종을 안 하며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합니다. 힘을 뺀 사람은 겸손한 태도로 순종하며 주님을 닮아갑니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

[겨자씨] 도깨비바늘

[겨자씨] 도깨비바늘 ‘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디 밭뿐일까요. 가을 들판도 가을 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온갖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계절, 밤과 도토리가 반가운 건 다람쥐만은 아닐 테니까요. 가을 들판이나 산을 쏘다니다 보면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 있습니다. 옷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도깨비바늘’을 보게 됩니다.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도깨비처럼 달라붙었다 해서 도깨비바늘이라고 부르게 됐다지요. 이름은 왠지 으스스하지만, 도깨비바늘은 국화과 식물입니다. 삼지창처럼 뾰족하게 갈라진 씨앗 끝에는 화살표 모양의 가시가 있어서 한번 달라붙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파고들어 살갗을 찌르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씨앗을 퍼뜨리려는 도깨비바늘의 안간힘..

[겨자씨] 철새

[겨자씨] 철새 한강 주변에 살다 보니 새들을 자주 봅니다. 강 주위와 천변 논, 작은 개울에서 열심히 먹이를 찾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본격적인 이동을 앞두고 충분한 영양을 축적하는 것이겠지요. 철새가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화살촉 모양으로 기류를 뚫고 날아갑니다. 앞장선 새가 힘차게 날갯짓을 할 때 좌우의 새들은 그 기류를 느끼며 함께 납니다. 앞장선 새가 힘들면 서로 교대를 해준다고 합니다. 날면서 서로 힘을 내라고 소리 내서 격려하기도 합니다. 새들을 보며 어떤 면에선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때를 압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이동 준비를 합니다. 지금 사는 곳에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거주지를 박차고 과감히 떠납니다.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늘 아버지가 기르심을 본능적으로 압..

[겨자씨]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

[겨자씨]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 나이가 들면서 생기게 된 병 때문에 먹는 약이 있는데, 몇 달 전 새로 생긴 증상 때문에 약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그런데 그 약을 먹은 후부터 속이 메스껍고 입맛도 없어지고 종일 기분도 그리 좋지 않은 상태로 보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 약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약 때문인 듯하니 약을 줄여주면 어떠냐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게 “입맛이 없어지면 음식을 조금 먹고 좋은 것이 아니냐”며 “지금 예전보다 상태가 매우 좋으니 약을 줄여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늘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면 속도 메슥거리고 몸도 안 좋아지니 먹어도 속이 메슥거리지 않은 음식을 먹으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약을 먹은 후로 제가 늘 즐겨 먹던 음식들이 ..

[겨자씨] 저울

[겨자씨] 저울 “20○○년 ○월 ○일 오후 ○시○분 축하합니다. 공주님 순산하셨습니다.”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말입니다. 엄마의 자궁을 벗어나 아이는 사랑으로 자라납니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키가 자라고 몸무게가 늘어납니다. 해마다 무게가 늘어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삶의 무게’입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해도 삶의 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저울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지쳐 낙망한 채로 세상을 떠나는 이도 많습니다. 우리네 삶으로 찾아와 인생의 무게를 재는 분이 계십니다. 열두 해 동안 혈루병으로 고통 받던 여인의 절망을 아셨고 나인성 과부의 눈물의 무게를 아셨습니다. 거라사 광인이 흑암의 군대에 얼마나 억압..

[겨자씨] 석양이 좋아지는 이유

[겨자씨] 석양이 좋아지는 이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장면입니다. 드라마 속 다섯 명의 의사가 나란히 서서 석양을 바라보며 이런 대사를 합니다. “난 어릴 때는 해 뜨는 것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석양이 더 좋아지더라.” 저도 어릴 때 동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본 적이 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캄캄한 새벽 바다가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하다가 해가 고개를 내밀었고, 어느 순간 둥근 해가 바다 위로 불쑥 솟아오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나이가 들수록 저녁노을이 물들어가는 것이 참 좋아졌습니다. 그 대사를 들으며 일출보다 일몰을 볼 기회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했는데, 그 장면에서 친구 의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그런 줄 알아? 그건 퇴근할 때가 되어서 그런 거야...

[겨자씨] 꽃길

[겨자씨] 꽃길 무덤들이 있는 야산을 지나 초등학교에 가야 했던 소년은 늘 무서웠습니다. 어느 날부터 소년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길가에 피어 있는 꽃도 보이고 산들바람도 느끼고 길은 꽃길이 되었습니다. “꽃길만 걸으세요!” 축복하며 인사합니다. 꽃길은 꽃이 있는 길입니다. 울퉁불퉁한 길이어도, 진창길이나 오솔길이어도 꽃이 있으면 꽃길입니다. 가시밭길이라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길이라도, 심지어는 무덤이 있는 길이라도 주님이 함께하시면 주님의 길입니다.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느냐는 더욱 중요합니다. 주님과 여행하는 삶의 길이 꽃길입니다. 주님과 대화하며 찬양하며 감사하며 주님을 전하는 삶이 꽃길입니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

[겨자씨] 묵상과 묵살

[겨자씨] 묵상과 묵살 코로나 시대는 신앙에서도 큰 위기로 다가옵니다. 교회를 찾아 예배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지거나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교회와 믿음의 큰 숙제가 됐습니다. 처음 하는 숙제여서 도움 받을 만한 참고서가 따로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매일 아침 교우들에게 성서일과 본문을 문자로 보냅니다. 성서일과 본문 중 한 구절을 묵상한 뒤, 교우들과 문자로 소통하지요. 성서일과를 보내고 나면 교우들의 반응이 이어집니다. “아멘”이라고 짧게 답하는 이들도 있고, 같이 묵상하며 자신이 느낀 점이나 다짐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한 교우가 말씀을 묵상한 결과를 보내줬는데 뜻밖의 내용이었습니다. “말씀을 묵살하고 삶에 적용..

[겨자씨] 김밥천국

[겨자씨] 김밥천국 길을 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김밥 한 개를 봤습니다. 지나쳐 가려다가 자세히 보니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김밥 한 개를 놓고 개미떼가 몰려와서 조금씩 뜯은 다음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개미집의 전체 구성원이 연합해서 바닥에 떨어진 김밥을 분해하고 옮겨 저장하는 일에 동원된 것 같았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김밥천국’이라는 제목을 붙여 봤습니다. 길바닥에 떨어진 하잘것없는 김밥 한 개가 개미에겐 하늘에서 내린 축복이었던 것입니다. 그것 하나를 잘 저장하면 한 겨우내 천국처럼 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미들을 관찰하다가 문득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하나님은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아파트 청약 열풍 속 무엇을 먹을까 ..

[겨자씨] 빨리 빨리

[겨자씨] 빨리 빨리 해외여행을 가면 한국 여행객들이 자주 가는 식당이나 가게에서 들리는 한국말이 있습니다. ‘빨리 빨리’입니다. 빨리 빨리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을 대표하는 말이 됐습니다. 늘 바쁘게 사는 사람들, 늘 빨리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한국인입니다. 여행을 왔는데 평소보다 더 바쁘게 움직입니다. 시간이 아까워 새벽부터 일어나 한 곳이라도 더 보고 가야 잘 다녀온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유학을 가서 처음 느낀 점은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비교하면 행동도 느리고 일 처리도 늦었습니다. 하지만 좀 지내다 보니 게을러서 느리기보다는 여유가 있어서 느렸습니다. 빠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의 날이 경주자보다 빨리 사라져 버리니 복을 볼 수 없구나”(욥 9:25)란 욥의 고백처럼 ..

[겨자씨] 밥 차려주는 남자

[겨자씨] 밥 차려주는 남자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던 큰아들이 3주째 음식을 가져와 정성스레 대접합니다. 근래 제 마음의 풍경을 표현하자면 로뎀나무 아래 엘리야 같고,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걸어가는 한 마리 양 같고, 빈 그물을 멍하니 쳐다보는 베드로 같았습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대접하려는 아들의 마음에 사랑으로 배부르고 행복해졌습니다. 2000년 전 부활하신 예수님은 갈릴리 바다에서 빈 그물을 거두던 제자들을 위해 정성스레 생선을 굽고 아침밥을 차려주셨습니다. 초라해 보이는 식탁, 그러나 그 속에는 길 잃은 인생을 향한 새로운 소명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얼굴을 스쳐가는 가을 바람은 차갑고 우리네 인생 그물에 축복의 물고기 하나 없지만, 일용할 은혜의 ..

[겨자씨] 오징어 게임

[겨자씨] 오징어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 놀이…. 자칫 ‘아재’ 내지는 ‘꼰대’의 ‘왕년에’ 타령에서나 뒹굴 수 있는 것들이 창조적인 예술가의 손에 닿으니 ‘오징어 게임’이라는 세계적인 대박 드라마가 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풍금, 타자기, 성냥, 연필 깎는 칼, 소풍 가서 먹던 바나나 반쪽, 차 옆구리를 탕탕 치며 ‘오라이’ 하고 뛰어오르던 안내양이 있던 시내버스, 책가방 속 김칫국물 자국…. 그 어떤 것도 대가(大家)의 품에 안기면 창조적인 아이콘으로 부활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아픔과 좌절, 실패와 약점이 하나님의 은혜를 만나면 스토리가 되고 디딤돌이 되어 우리를 날아오르게 합니다. “예수께서 나아와 그들에게 손..

[겨자씨] 진일보

[겨자씨] 진일보 이전 상태로 돌이킨다는 뜻에서 ‘원상 복구’란 말이 있습니다. 집이나 상가를 임차했다가 돌려주거나 물건을 빌려 쓴 후 손상 부위를 고쳐 반납하는 것입니다. 신체가 상처를 입었을 때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최선으로 여깁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은 일상 회복의 뜻에서 원상 복구를 소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값비싼 경험을 치른 후 ‘진일보’해야 합니다. 집단적인 질병이 지난 후 내성과 면역력이 생기기를 기대합니다. 뼈가 부러졌다가 다시 붙을 때는 더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무리한 근력운동은 미세한 근육 파열을 일으키지만, 더 튼튼한 근육으로 재생한다고 합니다. 이제 전염병의 기세가 꺾이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겨자씨] 지금 여기서

[겨자씨] 지금 여기서 고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님을 기억하며 오래전 조 목사님께 들었던 대조동 천막교회 시절의 간증이 생각이 나서 소개합니다. 그당시 교회를 개척했던 동네에는 어려운 사람이 참 많았다고 합니다. 집마다 다니며 전도를 하셨는데, 어느 날 한 아주머니에게 “예수님 믿으세요. 예수 믿고 천당에 갑시다” 하고 전도하니 예수를 꼭 믿어야 천당에 가느냐고 묻더랍니다. 그래서 예수 믿고 죄 사함 받아야 천당에 갈 수 있지 안 그러면 지옥에 간다고 하니 그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하길, “지금 내가 사는 것이 지옥인데 나중에 지옥 가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하나님이 계신다면 지금 나를 지옥에서 건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더랍니다. 그 후 조 목사님은 하나님께 심각하게 기도하며 물었는데, 예수님은 ..

[겨자씨] 소통

[겨자씨] 소통 몇 년 전 우리나라 가수들이 평양을 방문해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한 가수는 아버지가 함경도 출신이라고 소개하면서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바이 밥 잡쉈소. 아바이 밥 잡쉈소’라는 가사가 나올 때였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노래를 감상하던 관객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노래로 서로 공감하고 소통했던 것이지요. 성경은 세상을 가리켜 혼돈하고 흑암이 가득하다고 표현합니다. 서로의 언어가 달라서 흩어져가는 바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 어둡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 오셨습니다. 우리와 함께 살면서 먹고 마시고 웃고 울며 하늘의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구원의 즐거움을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