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하나님께 영광을 !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안에서 이루러진것을 감사합니다

국민일보 겨자씨 2002

[겨자씨] 인풋과 아웃풋

[겨자씨] 인풋과 아웃풋작가이자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는 분의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다. 미술 강의로 유명한 분과 함께 미국에서 강연했다고 한다. 나름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아서 영어를 꽤 한다고 생각했는데, 미술 강연을 하신 분이 영어를 너무 멋있게 하는 바람에 주눅이 들어서 정작 본인의 강연을 망쳤다는 것이다.강연이 끝난 후 영어를 잘하는 비결을 물었는데, 그분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저는 외국에서 영어를 배운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대신 영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셰익스피어 작품을 1년에 한 편씩 공연하는 활동을 12년째 해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분의 머릿속에 셰익스피어의 12편의 연극이 통째로 들어가 있다는 거예요. 머릿속에 셰익스피어를 집어넣었더니, 입에서..

[겨자씨] 어른이 필요한 시대

[겨자씨] 어른이 필요한 시대최근 세계인들의 애도 속에 ‘빈자의 성자’로 불렸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치러지는 보도를 봤습니다. 많은 이가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그동안 전쟁과 공포, 수많은 죽음과 파괴에 대해 쉼 없이 평화를 간구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권위주의와 관료적 문화를 철폐하기 위한 노력과 ‘다름’에 대해 포용과 이해를 추구한 결과는 가톨릭 신자 수의 큰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가톨릭교회에 큰어른이 계시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어른이란 단순히 나이 많음이 강조되기보다 자기 일과 가정과 사회, 그리고 인생에 책임감을 갖고 성숙하게 행동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을 뜻합니다.시인 로버트 블라이(1926~2021)는 어른에 대해 ‘위를 ..

[겨자씨] 주님을 대하듯

[겨자씨] 주님을 대하듯얼마 전 해외 방문을 가던 중이었다.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안전고도에 도달하자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됐다. 승무원들이 좁은 복도를 오가며 열심히 서비스하고 있었다. 나도 주문한 음식을 받았다. 복도 쪽에 앉아있던 나는 습관대로 승무원에게 말했다. “여러분의 서비스 덕분에 이렇게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녀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무슨 실례를 했는지 걱정돼 물었다. 그녀는 “음식을 서비스하면서 승객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면서 오히려 나에게 고마워했다. 나는 진심으로 당신의 친절한 서비스를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내가 독서등을 켜고 책을 읽고 있을 때 음료수와 간식을 몇 차례 가져다주었다. 부탁한 적도..

[겨자씨] 침묵의 소리

[겨자씨] 침묵의 소리미국 음악가 존 케이지의 ‘4분33초’는 현대 음악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피아니스트가 연주하지 않고 4분33초간 침묵하기 때문입니다. 케이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시하는 소리, 바람 소리, 빗소리, 관객의 호흡 소리, 심지어는 청중이 웅성거리며 걸어 나가는 소리를 듣게 합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절대적인 침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침묵을 통해 오히려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우리의 삶은 수많은 소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때론 의도적으로 내 삶을 멈추고 침묵 속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외로움과 고된 사역에 지쳐 있던 엘리야가 세미한 소리를 ..

[겨자씨] 빈 무덤

[겨자씨] 빈 무덤막내와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예수의 무덤에서 드러낸 새로운 비밀’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막내가 물었다. “예수님의 무덤이 있어?” “예수님이 묻힌 무덤이라고 추측하는 자리에 교회를 세운 거야. 성묘 교회라고 예루살렘에 있어.” 영상은 2017년 성묘 교회를 보수했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우리는 예수님의 시신을 놓았던 자리 위에 놓인 대리석을 치우는 장면을 지켜보았다.대리석을 열자 먼지와 돌가루 잔해가 가득했다. 그뿐이었다. 그 자리가 정말 예수님의 시신을 놓은 곳이 맞다고 해도 별다른 것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예수님은 부활했으니까. 막내에게 물었다. “너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어?” “아니.” 믿는다고 대답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듣고 보니 입이 ..

[겨자씨] 절대긍정의 신앙

[겨자씨] 절대긍정의 신앙옛날에 글재주가 뛰어난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봄날, 두 친구는 여행 중 붉게 물든 산을 봤습니다. 한 친구가 ‘개화만산홍’(꽃이 피니 온 산이 붉다)이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낙화만산홍’(꽃이 지니 온 산이 붉다)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이렇게 같은 상황을 두고도 긍정적으로 얘기했던 친구는 후일 정승이 돼 큰 부를 이루고 명예도 누렸지만 부정적으로 얘기했던 친구는 옹색하고 초라한 지방의 서생으로 평생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성경에서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열두 정탐꾼의 보고는 많은 교훈을 줍니다. 똑같은 것을 보았는데 왜 여호수아와 갈렙에게는 긍정적으로 보였고 나머지 10명에게는 부정적으로 보였을까요. 그것은 바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여부’에 달려 ..

[겨자씨] 시치미를 떼지 말자

[겨자씨] 시치미를 떼지 말자고려시대 매사냥이 성행하면서 자연스레 매를 키우는 사람도 훈련된 매도 늘어났다. 수가 늘어나면서 문제도 생겼다. 매의 생김새만으로 누구의 소유인지 알 방법이 없으니 남의 매를 잡아서 자기 것이라 우기는 것이다. 그래서 매를 길들이고 돌본 사람(수할치)의 이름과 주소 등을 뼈로 만든 네모난 뿔에 적어 매의 꽁지깃에 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시치미’다. 시치미를 보고 매의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욕심이 많은 사람은 매에 달린 시치미를 떼고 자기 것이라 우겼다. 여기서 ‘시치미를 뗀다’는 말이 나왔다. 지금은 어떤 일을 저지르고도 모른 척할 때 쓴다. 우리에게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의 시치미가 달렸다.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삶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예수 그..

[겨자씨] 주님과의 친밀함

[겨자씨] 주님과의 친밀함오래전 참석한 ‘목회자 부부 세미나’에서 상담 분야의 권위자인 브루스 톰슨 박사가 목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양들 무리 중에는 우두머리가 있기 마련인데 그 양이 목자를 잘 따르면 다른 양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에 관리가 쉽다고 합니다. 간혹 우두머리 양이 목자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면 나머지 양 떼도 다루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급기야 목자는 우두머리 양의 다리를 부러뜨리게 된다고 합니다. 이후 부러진 다리를 잘 치료해주면 목자의 말에 절대 순종한다는 것입니다. 톰슨 박사는 “주님이 목회자들에게 원하는 것은 사역의 양이나 질이 아닌 주님과의 친밀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를 돌아보면 하나님 없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일이 많습..

[겨자씨] 하나님께 시간을

[겨자씨] 하나님께 시간을나는 매년 사순절에 십자가의 경이롭고 은혜로운 메시지를 음미하는 묵상글을 써서 매일 아침 성도들과 나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글은 2~3일 전에 초고를 써놓고 전날 밤에 내가 먼저 묵상하면서 충분한 수정 작업을 거쳐 새벽에 SNS로 보낸다. 순탄하던 글쓰기가 마지막 날 원고에서 막혔다. 아무리 기도하고 생각하고 자료를 뒤적거려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으로 2~3시간을 보냈다. 밤이 지나고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각에 지쳐버린 나는 노트북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SNS에 파일이 하나 와 있었다. 예수님의 고난주간 행적을 추적한 글이었다. 미국의 내 묵상글 독자가 보낸 것이었다. 요청한 적 없는데 뜬금없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상당한..

[겨자씨] 생명의 길

[겨자씨] 생명의 길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신장에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 터널이 뚫렸습니다. 왕복 4차로 구간에 길이는 20㎞가 넘는데 놀라운 것은 해발 5000m 넘는 톈산산맥의 험산 준령을 뚫고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과거 실크로드의 주요 길목이었던 곳에서 인부 3000명이 극한의 추위와 저산소의 어려움을 뚫고 만들어 냈습니다.픽사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동오스트레일리아 해류는 적도 근처에서 시작해 남극까지 4000㎞에 육박하는 바닷속 길입니다. 영화에는 주인공 물고기들이 니모를 찾기 위해 바다거북과 빠르게 이동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이처럼 아주 특별한 길들이 있습니다. 산꼭대기에도 바닷속에도 심지어는 하늘에도 비행기들이 다니는 항로가 있습니다. 수많은 길이 있지만 우리 인생..

[겨자씨] 질문의 시간

[겨자씨] 질문의 시간사순절마다 꺼내 드는 책이 있다. 김헌 교수의 ‘질문의 시간’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인간다움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인문학자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을 주제로 책을 썼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완전한 신인 동시에 완전한 인간이라는 모순된 존재를 문학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설명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책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저자는 예수님의 삶을 통해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건넨다. 예수님이 인류의 구원자로서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하셨던 말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의 ‘회개하라’를 ‘생각을 바꾸라’로 번역한다. 회개는 익숙하다. 나는 주일마다 예배 시간에 공식적으로, 평일에 집에서 기도할 때마다 찔끔찔끔 회개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

[겨자씨] 부활절 달걀 이야기

[겨자씨] 부활절 달걀 이야기부활절 달걀에 얽힌 아름다운 중세시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남편이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로자린드 부인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하인들은 영지와 소유를 모두 빼앗고 그녀를 쫓아냈습니다. 그러자 마을의 친절한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닭 몇 마리를 내주어 달걀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은혜를 갚기 위해 그녀는 달걀에 아름답게 색을 칠하고 “하나님의 보호하시는 손길을 믿으라”는 글을 써서 나눠 주곤 했습니다.어느 해 부활절에도 그렇게 만든 달걀을 나눠주던 그녀는 어머니가 병으로 위독한 소년을 만나 남은 달걀을 모두 들려 보내며 격려했습니다. 그 소년은 달걀을 들고 가던 도중에 굶주림으로 쓰러져 있는 한 노병(老兵)을 만나 자신이 가지고 가던 달걀 한 알을 주었..

[겨자씨] 은인을 기억하는 수달

[겨자씨] 은인을 기억하는 수달얼마 전 뉴스에 해외 토픽이 소개됐다. 스웨덴의 마크 얀손이라는 사람이 호수에서 카약을 타고 있는데 고요한 수면을 가르며 야생 수달 한 마리가 헤엄쳐 왔다. 그러고는 카약 위로 올라타 얀손의 품에 안겨 반가운 듯 애교를 부렸다. 이 둘의 특별한 인연은 1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얀손이 호숫가를 걷던 중 차에 치인 어미 옆에서 울던 아기 수달을 발견했다. 얀손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기 수달을 구조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수영과 사냥을 가르쳐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아기 수달은 그 은혜를 잊지 않았다. 얀손이 호수에 카약을 타러 올 때마다 어디선가 한달음에 나타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물이지만 자신을 구해준 얀손의 은혜를 잊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오는 수달이 대견스러..

[겨자씨] 세월호와 부활 신앙

[겨자씨] 세월호와 부활 신앙미국 인디언의 구전시 ‘천의 바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자신의 무덤 앞에서 슬퍼하고 있는 이, 생전 사랑했던 이를 위로하는 내용입니다. “나는 당신을 떠난 게 아니에요. 슬퍼 말아요. 난 이제 자유롭게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물고 있어요.”16일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1년이 된 날입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미안한 마음, 아픈 마음 금할 길 없는 이들에게 이 노래가 위로의 메시지를 건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후 무덤을 찾은 여인들에게 천사는 “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가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마 28:6)고 했습니다. 죽은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아픔..

[겨자씨] 축제는 느리다

[겨자씨] 축제는 느리다지난주 나는 여의도 봄꽂 축제에 갔다. 하얀 벚꽃송이들이 하늘을 가렸다. 깔깔거리는 소녀들처럼 꽃잎들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웃는 듯했다. 맑고 화사하고 예뻤다. 벚꽃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느긋하고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마치 슬로 모션을 보는 것 같았다. 서둘러 걷는 사람이 없었다. 천천히 몇 걸음 가다 멈추고 사진 찍기를 반복했다. 전혀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를 속닥거리며 얼굴을 마주하고 웃었다. 어떤 이들은 여린 꽃잎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오래 머물렀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꽃에 취해서인지 사람들의 움직임은 느릿느릿했다. 바쁠 일이 없었다. 축제장 건너편 사무실 거리를 바라보았다. 직장인들은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황급히 걸어갔다. 길 하나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