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지혜가 담기는 토양

어렸을 적 친구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겨울철 친구들과의 놀이는 늘 추위를 잊게 했습니다. 연날리기와 자치기, 썰매 타기, 언덕에서 미끄럼타기, 눈싸움, 쥐불놀이, 숨바꼭질 등은 아이들에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 60대 초반의 어른이 됐습니다. 지금도 만나기만 하면 여전히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추억에 빠지면 어릴 때의 웃음과 같은 그 소리가 공간을 채웁니다.
그러다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을 붉힙니다.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정치 얘기를 하지 말든지 무슨 얘기를 해도 화내지 말든지 정하지 않으면 모임에 나오지 않으련다.” 우리는 화내지 않는 쪽을 택했습니다.
아모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러므로 이런 때에 지혜자가 잠잠하나니 이는 악한 때임이니라.”(암 5:13) 맘에 들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줘야 지혜가 담기는 법입니다. 지혜는 들어주는 토양이 있어야 합니다. 입을 열기보다 귀를 열어 지혜가 우리 곁에 머물 수 있게 하는 환경이 그립습니다. 우리 정치 발전도 이런 토양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출처] 국민일보(www.kmib.co.kr), 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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