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하나님께 영광을 !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안에서 이루러진것을 감사합니다

국민일보 겨자씨/2025년 겨자씨 123

[겨자씨] 시치미를 떼지 말자

[겨자씨] 시치미를 떼지 말자고려시대 매사냥이 성행하면서 자연스레 매를 키우는 사람도 훈련된 매도 늘어났다. 수가 늘어나면서 문제도 생겼다. 매의 생김새만으로 누구의 소유인지 알 방법이 없으니 남의 매를 잡아서 자기 것이라 우기는 것이다. 그래서 매를 길들이고 돌본 사람(수할치)의 이름과 주소 등을 뼈로 만든 네모난 뿔에 적어 매의 꽁지깃에 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시치미’다. 시치미를 보고 매의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욕심이 많은 사람은 매에 달린 시치미를 떼고 자기 것이라 우겼다. 여기서 ‘시치미를 뗀다’는 말이 나왔다. 지금은 어떤 일을 저지르고도 모른 척할 때 쓴다. 우리에게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의 시치미가 달렸다.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삶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예수 그..

[겨자씨] 주님과의 친밀함

[겨자씨] 주님과의 친밀함오래전 참석한 ‘목회자 부부 세미나’에서 상담 분야의 권위자인 브루스 톰슨 박사가 목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양들 무리 중에는 우두머리가 있기 마련인데 그 양이 목자를 잘 따르면 다른 양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에 관리가 쉽다고 합니다. 간혹 우두머리 양이 목자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면 나머지 양 떼도 다루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급기야 목자는 우두머리 양의 다리를 부러뜨리게 된다고 합니다. 이후 부러진 다리를 잘 치료해주면 목자의 말에 절대 순종한다는 것입니다. 톰슨 박사는 “주님이 목회자들에게 원하는 것은 사역의 양이나 질이 아닌 주님과의 친밀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를 돌아보면 하나님 없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일이 많습..

[겨자씨] 하나님께 시간을

[겨자씨] 하나님께 시간을나는 매년 사순절에 십자가의 경이롭고 은혜로운 메시지를 음미하는 묵상글을 써서 매일 아침 성도들과 나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글은 2~3일 전에 초고를 써놓고 전날 밤에 내가 먼저 묵상하면서 충분한 수정 작업을 거쳐 새벽에 SNS로 보낸다. 순탄하던 글쓰기가 마지막 날 원고에서 막혔다. 아무리 기도하고 생각하고 자료를 뒤적거려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으로 2~3시간을 보냈다. 밤이 지나고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각에 지쳐버린 나는 노트북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SNS에 파일이 하나 와 있었다. 예수님의 고난주간 행적을 추적한 글이었다. 미국의 내 묵상글 독자가 보낸 것이었다. 요청한 적 없는데 뜬금없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상당한..

[겨자씨] 생명의 길

[겨자씨] 생명의 길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신장에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 터널이 뚫렸습니다. 왕복 4차로 구간에 길이는 20㎞가 넘는데 놀라운 것은 해발 5000m 넘는 톈산산맥의 험산 준령을 뚫고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과거 실크로드의 주요 길목이었던 곳에서 인부 3000명이 극한의 추위와 저산소의 어려움을 뚫고 만들어 냈습니다.픽사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동오스트레일리아 해류는 적도 근처에서 시작해 남극까지 4000㎞에 육박하는 바닷속 길입니다. 영화에는 주인공 물고기들이 니모를 찾기 위해 바다거북과 빠르게 이동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이처럼 아주 특별한 길들이 있습니다. 산꼭대기에도 바닷속에도 심지어는 하늘에도 비행기들이 다니는 항로가 있습니다. 수많은 길이 있지만 우리 인생..

[겨자씨] 질문의 시간

[겨자씨] 질문의 시간사순절마다 꺼내 드는 책이 있다. 김헌 교수의 ‘질문의 시간’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인간다움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인문학자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을 주제로 책을 썼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완전한 신인 동시에 완전한 인간이라는 모순된 존재를 문학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설명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책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저자는 예수님의 삶을 통해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건넨다. 예수님이 인류의 구원자로서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하셨던 말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의 ‘회개하라’를 ‘생각을 바꾸라’로 번역한다. 회개는 익숙하다. 나는 주일마다 예배 시간에 공식적으로, 평일에 집에서 기도할 때마다 찔끔찔끔 회개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

[겨자씨] 부활절 달걀 이야기

[겨자씨] 부활절 달걀 이야기부활절 달걀에 얽힌 아름다운 중세시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남편이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로자린드 부인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하인들은 영지와 소유를 모두 빼앗고 그녀를 쫓아냈습니다. 그러자 마을의 친절한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닭 몇 마리를 내주어 달걀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은혜를 갚기 위해 그녀는 달걀에 아름답게 색을 칠하고 “하나님의 보호하시는 손길을 믿으라”는 글을 써서 나눠 주곤 했습니다.어느 해 부활절에도 그렇게 만든 달걀을 나눠주던 그녀는 어머니가 병으로 위독한 소년을 만나 남은 달걀을 모두 들려 보내며 격려했습니다. 그 소년은 달걀을 들고 가던 도중에 굶주림으로 쓰러져 있는 한 노병(老兵)을 만나 자신이 가지고 가던 달걀 한 알을 주었..

[겨자씨] 은인을 기억하는 수달

[겨자씨] 은인을 기억하는 수달얼마 전 뉴스에 해외 토픽이 소개됐다. 스웨덴의 마크 얀손이라는 사람이 호수에서 카약을 타고 있는데 고요한 수면을 가르며 야생 수달 한 마리가 헤엄쳐 왔다. 그러고는 카약 위로 올라타 얀손의 품에 안겨 반가운 듯 애교를 부렸다. 이 둘의 특별한 인연은 1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얀손이 호숫가를 걷던 중 차에 치인 어미 옆에서 울던 아기 수달을 발견했다. 얀손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기 수달을 구조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수영과 사냥을 가르쳐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아기 수달은 그 은혜를 잊지 않았다. 얀손이 호수에 카약을 타러 올 때마다 어디선가 한달음에 나타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물이지만 자신을 구해준 얀손의 은혜를 잊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오는 수달이 대견스러..

[겨자씨] 세월호와 부활 신앙

[겨자씨] 세월호와 부활 신앙미국 인디언의 구전시 ‘천의 바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자신의 무덤 앞에서 슬퍼하고 있는 이, 생전 사랑했던 이를 위로하는 내용입니다. “나는 당신을 떠난 게 아니에요. 슬퍼 말아요. 난 이제 자유롭게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물고 있어요.”16일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1년이 된 날입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미안한 마음, 아픈 마음 금할 길 없는 이들에게 이 노래가 위로의 메시지를 건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후 무덤을 찾은 여인들에게 천사는 “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가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마 28:6)고 했습니다. 죽은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아픔..

[겨자씨] 축제는 느리다

[겨자씨] 축제는 느리다지난주 나는 여의도 봄꽂 축제에 갔다. 하얀 벚꽃송이들이 하늘을 가렸다. 깔깔거리는 소녀들처럼 꽃잎들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웃는 듯했다. 맑고 화사하고 예뻤다. 벚꽃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느긋하고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마치 슬로 모션을 보는 것 같았다. 서둘러 걷는 사람이 없었다. 천천히 몇 걸음 가다 멈추고 사진 찍기를 반복했다. 전혀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를 속닥거리며 얼굴을 마주하고 웃었다. 어떤 이들은 여린 꽃잎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오래 머물렀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꽃에 취해서인지 사람들의 움직임은 느릿느릿했다. 바쁠 일이 없었다. 축제장 건너편 사무실 거리를 바라보았다. 직장인들은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황급히 걸어갔다. 길 하나를 사..

[겨자씨] 화이트아웃

[겨자씨] 화이트아웃화이트아웃(Whiteout)은 눈이나 모래 안개 등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기상 현상을 말합니다. 하늘과 땅의 구분이 없어지고 지평선도 사라져 버립니다. 마치 하얀 종이 위에 서 있는 것 같아 방향과 거리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화이트아웃에서는 제자리에 머물면서 기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합니다.우리 인생에 화이트아웃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또는 ‘눈앞이 캄캄하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삶의 균형을 잃고 방향을 망각할 때 우리는 난감함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끼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난주간을 맞이합니다. 예수님의 고난은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과 성찰을 하게 합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내 인생의 ..

[겨자씨] 미세먼지

[겨자씨] 미세먼지잠에서 깨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기도였으면 좋겠지만 팔을 뻗어 베개 옆에 놓인 스마트폰부터 집어 든다. 오늘은 날이 맑은지 흐린지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지도 볼 테지만 그보다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나타내는 글씨의 색깔에 시선이 먼저 간다. 열에 아홉은 실망이다. 주황색 ‘나쁨’이 일상다반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초록색 ‘보통’이면 다행이라 여기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 파란색 ‘좋음’은 정말 드물다. 전날 비가 오고 바람이 세게 불었을 경우에나 당첨되는 행운이다. 작년 기상 통계를 보면 서울의 경우 4월 중에 미세먼지가 ‘좋음’이었던 날은 단 나흘뿐이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엘리엇의 시구에 새로운 의미가 보태지는 것일까. 매서웠던 겨울과 어렵게 헤어지고 꽃이 만발한 거리..

[겨자씨] 욕심의 대가

[겨자씨] 욕심의 대가캘리포니아에서 돌아오는 금광 광부들을 가득 태우고 미시시피강을 따라 항해하던 여객선 하나가 심한 풍랑을 만나 파선됐습니다. 구명정이 동원되었으나 승객의 4분의 1밖에 탈 수 없었고 배안은 “사람 살려”라는 소리로 가득찬 난리통이었습니다. 구명정을 타지 못한 사람들은 헤엄을 쳐서 구사일생으로 강가에 이르러 살아남았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승객들이 버리고 간 금덩어리를 모조리 모아들고 갑판 위로 나왔습니다. 겨우 구명정에서 던져준 밧줄을 잡고 물에 뛰어든 순간 그는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이미 만선이 된 구명정은 결국 그를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그의 시체를 인양해 보니 그의 허리에는 금덩어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

[겨자씨] 이웃의 그릇을 쳐다볼 이유

[겨자씨] 이웃의 그릇을 쳐다볼 이유‘럭키 루이’라는 시트콤에 아빠와 어린 딸의 대화가 나온다. “왜 걔는 갖고 나는 못 갖죠? 이건 공평하지 않아요”라고 투정하는 어린 딸에게 아빠는 말한다. “항상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가지진 못해.” 아빠는 그러면서 “잘 들어. 네 이웃의 그릇을 쳐다볼 오직 한 가지 이유는 그 사람이 부족하지는 않나 확인할 때밖에 없어. 네가 네 이웃만큼 가졌나 확인하려고 그의 그릇을 보면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한다.우리는 이웃의 그릇과 나의 그릇을 비교할 때가 있다. 비교가 우리에게 남기는 건 두 가지다. 내가 남보다 더 가졌다는 생각에 교만해지거나 내가 남보다 덜 가졌다는 생각에 비참해지는 것.바울은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자족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빌 4:11) 바울은 자신..

[겨자씨] 침묵의 영성

[겨자씨] 침묵의 영성한동안 무리한 탓에 온몸이 아프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대화가 어려웠습니다. 의사는 “잘 쉬고 말을 하지 않아야 낫는다”고 말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말문을 닫고 지내다 보니 말 많이 하고 사는 목사에 대한 하나님의 처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미국 신학자 리처드 포스터는 현대사회에서 신앙을 방해하는 요소로 시끄러움과 조급함, 혼잡스러움을 꼽았습니다. 세상에는 꼭 들어야 할 소리보다 온통 시끄러운 잡소리, 헛소리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나 자신이 너무 많은 불필요한 말을 하면서 시끄러운 존재가 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침묵은 고대에서부터 기독교 영성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침묵은 단지 말 없음의 차원이 아닙니다. ‘하나님에 의해 압도된 상태’ ‘하나님에 의해 사로잡힌 상태..

[겨자씨] 탄핵이 남긴 숙제

[겨자씨] 탄핵이 남긴 숙제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끝난 지난 주말. 목회자들 모임에서 만난 내 친구 목사 K는 신학교 동기생들의 SNS 단체방에서 힘들게 겪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일부 동기생이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거리의 집회 동영상과 구호를 여과 없이 올렸다. 다른 친구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그들은 ‘정치가 잘못되면 교회도 잘못된다’는 논리로 거칠게 반박했다. 많은 동기가 견디지 못하고 단체방에서 나갔다.K는 탄식했다. “힘들게 목회하는 동기들이 서로를 위해 마련한 소통의 장이 정치 프로파간다로 쑥대밭이 되었다.” 평소 점잖던 친구들이 특정 정치인들을 향한 노골적인 저주와 끔찍하고 극단적인 주장이 담긴 자료를 퍼 나르는 태도에 충격받은 동기들이 많았다. 단체방에서 토론은 불가능했다. 일방적 주장과..